# Prologue 1
내게 인도는 그리 특별한 나라는 아니었다.
파리는 나에게 특별한 판타지였지만, 인도는 가보고싶은 나라 중 하나였을 뿐.
갠지스 강, 큰 눈망울과 까만 피부의 사람들, 명상, 활발한, 아니 다이나믹 혹은 다채로운 나라.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의 인도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사표를 던지고 왠지, 여행을 가고 싶었고. (이렇게 변명이 필요했고)
우연히, 인도행 비행기를 발견했다. 무려 43만원!!! 무려 아시아나!!
어머, 이건 가야돼 아닙니까. 그렇게 보름 뒤의 인도행 비행기표를 질러버렸다.
그래. 인생은 이런거지(or 사표를 냈는데 왜 놀질 못하니)라며 나의 소소한 일탈을 합리화하며.
어맛, 너는 나의 운명이란 느낌으로 여행은 가는거닷 ㅋㅋㅋ
일단, 사람 사는곳이야 다 똑같지라는 마인드로 위험하다는 생각은 조심하면 된다라는 주의인데.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보들이 참 나를 용기있는 여자로 만들고 있다.
티켓팅 소식을 듣고, 모두들 괜찮냐며 걱정하고
정보를 모으면서 들리는 글들은 괴담 수준이었기에, 자꾸 다시 묻게 되었다.
"정말, 괜찮은걸까, 인도?"
# Prologue 2
늘상 그렇듯, 시간에 쫓겨 비행기에 오른다.
파리에서 비행기 놓친 이후로, 일찍 가리라 그리 다짐했는데 습관은 역시 무섭다.
휴가철이 딱히 정해지지 않았었던 나는, 항상 비행기표를 촉박하게 구매하는 편이다.
비행기표에 따라 여행날과 기간을 정하는 편이라 길어야 2주전, 혹은 1주전에 여행이 결정된다.
그래서 항상 준비는 빠듯하다.
보름동안, 비자를 받고 루트를 짜고 기차와 숙소를 예약했다.
비행기와 숙소, 교통편만 해결되면 사실 여행준비는 다 끝난거나 다름없다.
출발 일주일 전에서야 인도 여행자들의 필수 예방접종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인도 2주여행은 그리 장기여행이 아니기도 하고, 1주일 전에는 예방접종을 하기는 애매해서 내 건강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읽지못한 여행책자의 부분부분을(아니, 대부분을 ㅋㅋ) 공항버스 안에서 찰칵찰칵 찍었다.
델리행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게이트에 가까워질수록, 흡사 인도에 벌써 와있는 기분이다.
분명 아직 인천인데, 게이트 앞에서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물씬 풍긴다.
터번을 두른 인도 할아버지, 사리 입은 아주머니들, INDIA라는 국가명이 새겨진 츄리닝을 입고 있는 선수들.
까만 피부에 칠흙같이 검고 둥근 눈을 가진 그들이 집에 돌아가는 델리행 비행기에 발을 딛자마자 든 생각은
"아, 이제 정말 빼박캔트."
난생 처음 여행길이 두려웠던 순간이다.
기내식은 카레. 지금부터 집에 올 때까지 카레의 향연이다.
# Prologue 3
이렇게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마음에, 내 옆에 앉은 비행기 동행이 인도 남자라는 사실에 내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건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다행히 그는 친절하고, 젠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찌 보면, 벌써부터 인도, 인도남자에 대한 선입견이 만들어졌던 것 자체가 비극일수도 있지.) 그는 내가 있는 동안의 축제에 대해 즐거이 설명해주었고, 도시공학 컨퍼런스 참여차 서울에 왔다 했다. 이토록 젠틀한 그였지만, 비행 내내 난 색안경 낀 눈으로 그를 경계했고, 그의 베개가 나의 허벅지를 치는 것을 괜히 오해하여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모든 비언어적 행동들이 또 그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겠지. 꼭 이상한 몇몇이 그 국가/집단의 이미지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니 분명히 슬픈 일이다. 가까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국을 생각할 때 분명 10위권 내에도 떠오르지 않을 분단국가의 위험성이 타인에게는 우리의 전부인 것처럼. 여튼, 도시공학 컨퍼런스 참여차 서울에 왔다던 그가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든 영감과 생각들을 더 자세히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나의 못난 선입견때문에 더 길게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무척 미안하고 아쉽다.
덩치가 큰 나라일수록 수도에 대한 자부심은 반비례하는 느낌이다. 중국도, 미국도 그리 수도를 쌍수들고 환영하지 않았는데, 인도사람들은 오히려 델리를 더 싫어하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만나온 인도 사람의 그 누구도, 델리를 추천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서 빨리 이곳, 델리를 떠나, 지금이야!!!! "
이런 느낌. 이 친구가 델리에 대해 악평을 한 첫 번째 인도인.
그래, "쫄지 말자"
그리고,"단언하지 말자"
이렇게 모든 걸 잔뜩 경계해서는 모든 걸 놓치기 쉽상이니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우리 중에도 또라이는 많다.)
"나는 당신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 라고 말하던 민족 아닌가.
간디의 후손을 한 번 믿어보자.
# Prologue 4
비행기에서 보는 하늘은 언제든, 언제든 질리지 않는다.
낮에 보는 몽실몽실 구름도, 운이 좋아 본 일출도,
아, 저기가 시간 경계선이구나를 깨닫게 해준 밤과 아침의 경계가 홀연히 보이던 그 순간도,
무지개가 뜨던 날,
기체가 흔들리고 저 멀리 번개가 내리꽂던 날
구름을 뚫고 지나가다 맞이하는 파란 하늘도
이 모두 경이롭고, 아름답다.
밤비행기엔 항상 맞이하는 총총 하늘에 박힌 별들.(달은 볼 수 없겠지?)
이 모든 걸 담아가고 싶은데, 항상 이들은 수줍어 사진에 담기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버튼을 눌러보지만, 내게 주어지는 건 까만 도화지 하나.
작은 기내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별들을 셀 뿐이다.
# Prologue 5
나의 못남과, 걱정들로 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 비행길이었다.
하지만 델리는 괜찮다고 말해주려는 듯 벅찬 델리의 야경을 선물해주었다.
항상 사진은 실제보다 감동이 덜하다.
이 아름다움을 그대로 손으로 퍼 사진에 담아두고 싶은데 아쉬운 마음을 담아 더욱 마음에 꼭꼭 저장한다.
다이아몬드 혹은 수정이 알알이 박혀 델리의 대지를 수놓은 느낌.
하늘에 앉아 받은 인도의 선물, 반짝이는 보석들을 한아름 눈에 담으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인도가, 어떤 아름다운 단상들을 나에게 줄지,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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