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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redible India

[인크레더블 인도여행] 델리 하나, 여행자들의 도시, 빠간(Paharganj)의 저녁

 

릭샤꾼들과의 흥정이 하루만에 지친 나는 지하철까지 걷기로 했다. 정찰제가 좋아, 정찰제 만세!! 인도에서 발은 버리는거라고 했던가. 비가 온 탓에 델리의 길이 엉망진창이라 내 발도 이미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때. 천천히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풍경들이 있으니까. 문득문득 보이는 사원들, 유적지들 그리고 노점과 오늘 하루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즐기는 청년들. 이 모든 소소한 기쁨들을 놓칠뻔 했어.

 

약 3-40분가량 신기하게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니, 드디어 메트로 입성!! 이제 빠간으로 돌아가야지♥♥ 델리의 메트로 환승시스템은 좀 복잡할 수 있지만, 한번 파악하면 무척 잘 되어있는 편이다. 그래, 9호선 이상 있는 서울 지하철보다 복잡할쏘냐. 

 

하지만, 결국 환승지점에서 나는 어디, 여긴 누구를 시전하고 말았다. 곱게 사리를 차려입으신 아주머니께 도움을 요청했다. 영어를 못하시는 아주머니인데도 불구하고 용케 내 질문을 알아들으시고, 손짓 발짓으로 직접 환승 지하철 앞까지 데려다시는 친절함. 잉잉. 아주머니 사랑해요. 

 

그런데 인도의 지하철은 정말 콩나물 시루떡 지하철 ㅠ 중국 지하철보다 인도 지하철이 더 헬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슬림으로 보이는 터번 쓴 청년이 나를 보더니 뒤로 돌아 공간을 만들어 주어 덕분에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그럼그럼, 인도도 사람 사는 곳인걸. 또라이들이 명성을 더럽혔을 뿐이야. 친절한 사람들은 항상 더 많으니까.

 

 

 

사리 아주머니와 터번 청년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간에 도착!! 빠간에 도착하니 델리에 어둠이 깔렸다. 비내리는 델리를 어슬렁거리는 소들(인도의 소들은 왠지 더 크다),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인력거, 그 분주함과 나태 사이에, 불빛이 부서진다.

 

밤의 빠간을 홀로 돌아다니기는 조금 무서워(그렇다고 집에 가긴 싫은걸), 한국인들의 사랑방 더 카페(The Cafe)에서 한국인 여행객들과 말동무를 하기로 했다. 평소 여행할 때엔 다른 환경과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을 기왕이면 만나고 싶어, 한국인들보다는 비한국인들을 만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간사하게도 위험한 곳에서는 동포를 찾게 되는 마음. 

 

유학시절, 배베는 외국에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스쳐갈 인연을 어떻게 대하는 것에서 느껴지는 그사람의 본성, 인품이 있다는 것.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라, 오히려 좋은 모습들만 보여줄수도, 혹은 정말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도 나는 이번 여행에서 좋은 사람들,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왜 인도에 오셨어요??

 

인도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인도에 온 이유를 묻는다. 글쎄. 그냥 마음이 끌리는대로 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할까. 서른이 된 나는 이제 종착지는 어디에도 없음을 안다. 인도에 와도, 난 진리를 깨닫지 못할테니까. 진리나 행복은 종착지에 고이모셔져 있는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단지, 인도가 날 불러서, 이끄는데로 빠간의 거리를 걸었을 뿐이다. 

 

다른 여행자들도 그리 거창한 이유는 없다. 네팔에 온김에, 레에 가고 싶어서, 어느 여행자의 사진이 예쁘기에. 그저, 파리의 에펠탑이예뻐서, 스시에 맥주를 먹고 싶어서와 같은 그런 평범하고 평범한 각자의 이유들과 마음들 속에 우리는 잠시 같은 페이지에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건과 S를 만났다. 한국 같이 쾌적한 더 카페에서 인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면서, 옆에서 바쁘게 무언가 쓰고 계시는 잼쏭부부에 대해 들었다. 함께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20대의 잼쏭부부, 레에 간다는 건에게 흔쾌히 침낭을 건네주셨다. 여행을 하다보면 뭉클한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온다.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아서일지도, 혹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흔쾌히 도움을 주고, 또 그 마음에 감사해하는 그러한 모든 상냥한 제스쳐들이 각박해진 일상의 마음을 위로하곤한다.기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흔쾌히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있는 여유. 

 

이 날은 바로 저 기사를 쓰고 계셨을까. 기사들을 쭈욱 보면(아직 다 보진 못했다) 흙수저 부부의 욜로라이프라고 그려지고 있는듯 한데, 그들의 용기와 행복에 두팔 벌려 썸즈업이다. 마감때문에 엄청 바쁜 오오라를 내뿜고 계셔서 차마 말을 걸 수 없었던 게, 무척 아쉽다. 기사에 그려진 사연들을 알고 있었다면꼭 포옹이라도 해드리고 오는건데. 함께 모험을 할 수 있는, 소울메이트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매번, 여행을 노래하고, 세계여행을 꿈꾸지만 저렇게 나를 이끌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라고만 생각하는 나는 아직 겁쟁이거나, 절실하지 않은거겠지. 어서 "모험을 하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프다.

 

 

그렇게 비온거리를 성실하게 돌아다녔더니 하루만에 옷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인도의 세탁시스템이 불안해서 최대한 피하고 싶었는데 세탁은 이제 필수. Loundry service가 다행히 싸니 사치할거다. 드라이클리닝 한피스당 100 INR(한화 약 1500원), 청바지와 블라우스를 드라이클리닝했는데 상태 굿굿. 세탁할게 많은 여행자라면 와우까페에서 세탁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델리에서 보낸 꼬박 하루, 아직은 인도의 모든 괴담들을 떨쳐내진 못했지만, 릭샤꾼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상냥하고 친절했다. 어디나,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다. 모두들 익숙하지 않은 건 신기하면서도 무섭고, 알고 있는 것은 알려주고싶고,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건 만국 공통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