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열일했다. 디자인보소.
절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을거야
무얼 하든, 상상 이상을 보게될걸?
계획대로 안되는게 인생이고 특히 여행에서의 탈계획은 뜻밖의 선물들을 주기도 하지만, 많은 인도여행자들은 저 말을 하곤 했다. 출발도 인도행 답게 20분 늦게 출발한 OZ767, "20분 정도야 괜찮아. 제주가는 비행기 2시간도 기다려 봤는걸 ㅋㅋ" 나와 인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의 절반, 어서 만나고 싶은 마음을 조금 더 애틋하게 하기로 했다.밤비행기를 탄 난 조금은 고요한, 내일을 준비하는 새벽의 인도의 얼굴을 처음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새벽 1시를 조금 넘어 인디라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인디라 간디는 인도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공항마다 그 도시, 그 나라의 냄새가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도의 향기, 그 아우라.
그리고 공항내내 잔잔하게(잔잔하게 울려선 안 될 것 같지만) 울려퍼지던 발리우드 음악들.
쿵짝쿵짝 밀당하듯 퍼지던 그 음악에 맞춰 수화물을 찾을 때까지 괜스레 리듬에 따라 걷게 되었다.
새벽 도착이라 그런지 걱정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없어 1시간 30여분만에 입국수속부터 수화물 찾는 것까지 마칠 수 있었다. 워낙 악명이 자자한 인도의 입국심사라 걱정했는데 90분만에 모든 걸 클리어하다니, 이건 OECD 국가 수준 아닙니까!! 자신들끼리 이야기하고 심지어 티타임 가진다고 업무시간에 자리를 비우느라 엄청 느리다는 악명 높은 인도의 입국심사. 나는 운좋게도 별탈없이 심사를 마쳤지만 여전히 입국심사는 그리 "효율적"인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공적인 일을 하면서 서로의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곳의 트렌드인가. 느린 속도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맘급한 한국인에게 기다림은 무척 답답했지만 그들의 여유로움이, 업무중에도 동료의 가족사를 챙기는 따스함이 조금은 부러웠다. 효율의 가치를 어디까지 보아야 하는가는 언제나 쉽지 않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울려퍼지는 군악대의 라이브. 금의환향하는 선수들을 위한 승전고는 새벽 3시에도 예외가 없다. 그들의 기운찬 북소리가 인도의 습한 공기를 축제의 명량함으로 가득 채웠다. 같이 탄 스포츠 선수들의 귀환을 환영하는 음악 덕분에 괜스레 여행의 첫걸음을 축하받는 기분이다. 나도 만나서 반가워.
다른 여행과는 달리, 최대한 안전을 고려했다. 델리에 도착한 여행자들을 노리는 뉴델리역의 무서운 이야기들은 왠지 정말 눈 뜨고 코 베일 격이라 새벽 도착이라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픽업을 신청했다. 입국심사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었지만, 그래도 픽업기사는 180루피(약 3000원)를 위해 2시간을 기다렸겠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에 어려보이는 그는 "이게 내 일인걸" 하며 으쓱해보인다. 피곤해 보이는 모습, 어눌해 보이는 영어 말투에도 나의 경계는 허물어지지 않는다. 워낙 인도여행에 대한 당부가 많은지라, 한껏 경계가득한 미어캣 모드였다. 호텔에서 보내준 픽업기사인데도 불구하고 짐을 들어준다 할 때도 한껏 경계가 풀리지 않는다.
영어를 못하는 그들(영어를 못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에게는 어떤 제약이 주어지는 걸까. 영어가 상용어인 이곳에서 영어를 못한다는 것은 어떤 사회적 굴레를 짊어지고 있는 걸까.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무사히 호텔버스같지 않은 봉고차를 타고,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조금은 마음이 놓였달까. 드디어 인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BRICs 중 하나인 경제대국, 인도의 수도 델리의 첫인상은 나에게 "슬럼(SLUM)"이었다. 공항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맞닿은 곳은 슬럼가의 이미지들. 포장되지 않은 도로, 무너져가는 집들, 왜인지 모르게 바리게이트가 쳐진 골목들, 그 안의 사람들과 그곳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 집이 아닌 어딘가에서 몸을 뉘인 이들, 맨발로 터덜터덜 돌아다니거나 멍하니 앉아있는 이들, 집이라 불러도 될까 싶은 거처들, 맨발의 사람들, 맨발의 아이들. 숙소로 가는 길 내내 안타까운 모습들이 보인다.
빠간의 무너진 도로 어딘가에서 Grand Godwin Hotel을 만났다.
인도의 숙소들이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들과, 안 좋은 숙소에서 묵다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이야기들이 있기에 이번엔 호기롭게 호텔에 묵기로 했다. 호텔봉고가 멈춘 곳은 어딘가 무너진 도로 한복판이었다. 구글지도에도 여기가 맞는데, 어두운 거리에 골목은 더 무서운 법이다. "다 도착한거 맞아?" 라고 괜스레 다시 한 번 물었다. 호텔 3성급이지만, 인도는 인도. 사진의 방이 좋아보이는 이유는 기분 탓(아니 사진의 기술탓, 애플님은 뭐든걸 가능케 하지ㅋㅋ). 빠하르간지 주변에는 숙소가 많아 구하기는 쉽지만 주변의 환경이 딱히 좋지 않고(이를 어찌 표현해야될지 모르겠다. 그냥 도로가 난장판이야). 여행자들의 거리인 만큼, 이를 노리는 왈라들이 득실거린다. 매번 왈라들을 상대하는 것이 피곤하다면 델리 숙소는 뉴델리역을 조금 벗어난 아래쪽에서 묵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벌써 밖이 조금씩 밝아온다. 놀기 위해선 열심히 자두어야지.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조금은 미지근한 물이 나온다.
물갈이가 무서워 눈코입을 열심히 감고 샤워를 했다. 양치도 생수로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의외로 아직은 말잘듣는 착한 여행자, 찡긋 ㅋㅋ
잠들고 일어나면, 정말이지 델리와 격하게 인사할 수 있다.
어서 자야지. 하얀 침대시트에 이불을 덮고 누웠다.
괜스레 몸이 간질간질하다. 기분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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