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났다해서 이렇게 하루종일 비가 올 줄은 몰랐다. 그런데 정말 하루종일 비가 온다.
혹시 몰라 오픈카톡의 고수님들께 자문을 구했었다.
비오는 날엔, 하우즈 카스 빌리지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를 먹으면 되죠.
그렇게, 신선놀음이 없어요.
그렇게 인도의 인사동이라는 하우즈 카즈로 입성!!
사실, 가고 싶은 카페가 있었지만 찾지 못한 관계로 조금 걷기로 했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되겠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멋진 일이예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빨간머리앤 중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이렇게 반복된 시행착오와 예측불허들이 더 큰 서프라이즈를 숨겨 놓았을 줄이야. 지구끝까지 걸으려다 우연히 만난 하우즈 카즈 컴플렉스는 마치 인도의 낙산공원같다. 화성의 방화수류정이 천년쯤 지난다면 이런 느낌일까. 세월의 흔적이 묻은 이곳에서, 지기는 비를 흠뻑 맞은 긴 머리를 추스리며 깔깔거리고, 빗소리를 방음벽삼아 연인은 사랑을 속삭인다. 어떤이는 홀로 우두커니 서 앞에 펼쳐진 초록의 호수를 보며 사색에 잠기고, 길가의 강아지들에게도 이곳은 놀이터. 모든것들을 낭만적으로 변하게 하는 이곳의 마법.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이들을 보니 더더욱 사랑하는 이들이 생각났다. 이 아름다운 곳을 함께 보면 더 좋았을걸.
수백년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돌을 쌓아 올려 찬란한 역사를 만들고, 몇 세기가 지난 뒤 지금의 우리들은 옛날 이야기들이 숨겨진 그 터에서 추억을 덧붙인다. 우리의 역사를 쓴다. 누가 인도를 보수적인 나라라 했는가. 이렇게 꿀떨어지는 연인들을 이곳저곳에서 볼수 있는데.
13세기 델리왕조 당시 지어진 이 곳은 델리의 두번째 도시인 시리(Siri) 번화지에 지어진 하우즈 카스 컴플렉스(Hauz Khas Complex)는 저수지, 이슬람 신학교, 모스크, 무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건축사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이 건축물은 이제 세월을 맞아 폐허가 되어 그 흔적만을 상상해 볼 수 있을 뿐이지만, 여전히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
빗소리를 음악 삼아 자박자박 걷다보면 바로 아래 초록빛 호수가 자꾸 나를 부른다. 호수쪽에 내려가고 싶다고 하니 빨리 가려면 점프라면 된다는 카레언니. 여기 3층 건물인데요....이 언니 호기로운거 보소.
이곳에서 털썩 앉아 하염없이 이 곳을 눈에 담고 싶은데, 비오는 델리는 야속하게도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첫날이니 아직 모험은 자제해야지. 떨어지지 않는 발을 재촉하며 집으로 향했다. 하우즈 카스 컴플렉스에서 하우즈 카스 밖으로 나가는 길, 인사동 혹은 삼청동 가은 분위기의 빈티지한 부티크샵과 갤러리들이 줄지어 있다. 빼꼼빼꼼 구경하며 걷다보니 내 발은 내맘을 알았는지 어느새 디어파크 앞, 저수지 앞으로 이끌었다. 이성을 거스르는 내 발 칭찬해. 비가와서 그런지 사슴을 볼 순 없었지만, 곧 어두워질 이 초록빛 물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개들과 원숭이들과 인사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제 정말 안녕. 푸르리 푸른 초록빛 호수야.
* Hauz Khas Complex
입장료 : 무료
가는법 : 메트로 그린파크(Green Park)에서 도보 30-40분, 릭샤 10분
* 혼잡한 델리에 지쳤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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