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샤꾼들에게서 드디어 해방♥♥ 드디어 꾸뜹 미나르(Qutub Minar Complex)에 도착했다.
멘탈 탈탈 털려도 도착한 나 자신, 정말 칭찬해!!!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거세게 내리는 비. 이러기 있음?
거세지는 비를 보며, 매표소 앞에서 다섯 번 생각했다. 표를 끊고 들어갈까 말까.이 비를 거닐며 계속 돌아다니는게 맞을까? 문득 ‘앙코르와트의 비오는 풍경이 보고싶다. 스콜처럼 쏟아지는 앙코르와트에 앉아 비내리는 그 세월을 본다면 즐거울거야’라고 노래부르던 때가 생각났다. 그래, 비오는 꾸뜹이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꺼야!! 하고 호기롭게 500루피(한화 약 7500원) 입장권을 샀다.
너무 좋다. 이 내음, 고요함.
비오는 꾸뜹이를 보는 건 행운이었어.
시간을 맞은 옛정취의 비내리는 날,
토독토독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세었다.
빗내음과 플루메리아향이 은은하게 섞여온다.
고요함과 빗소리.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공기.
한 가족이 우산 모양의 푸르른 나무 아래서 비를 긋고 있기에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한참을 곁눈질했다.
그 가족도 내가 신기한지 계속 힐끔힐끔, 소근소근, 꺄륵꺄륵.
나도 혼자 발걸음을 붙잡으며 흘끔흘끔, 꺄악꺄악 마음속 환호를 질렀다.
(이 너무 귀여운 소심함아닌가!!)
힐끔힐끔, 소근소근
그리고 꺄륵꺄륵
그렇게 한참을 가재미처럼 곁눈질로 서로를 관찰하다 눈이 마주쳤다.
사진 한번 찍어도 괜찮냐는 제스처를 취하니 갑자기 우르르 한가운데로 나와준 스윗한 마음.
옹기종기 나무 아래서 소곤거리던 그 모습이 더 귀여웠지만 우천촬영도 마다하지 않아준 그들의 친절함이 따뜻해서 힐링♥
정말 인도는 내마음을 쥐락펴락해
그렇게 따뜻해진 마음을 가지고, 천천히 한걸음씩 꾸뜹이를 바라보았다.
꾸뜹 미나르의 바로 반대편에 미완성으로 남겨진 알라이 미나르(Alai Minar, 아래 지도 5번).
꾸뜹이의 2배로 지어지기로 예정되어있었던 이 미나르가 완성되었다면, 제2의 바빌론탑이 되었을까.
그들의 소원은 하늘에 닿을 수 있었을까.
알라이 미나르를 돌아 뜰안으로 들어왔다. 무언가 모스크 뜰의 한가운데 문자 그대로의 철기둥이 모셔져 있다. 그냥 쉬이 보이는 철기둥이 왜 여기있을까 싶은데 철함량이 99.99%인 현대 과학으로는 해명이 불가능한 오파츠(OOPATTS, Iron Pillar 아래 지도 2번)라고 한다. 델리에서 가장 큰 비슈누 사원에 있던 이 신기한 기둥을 반달 대왕 꾸뜹 읏 잇 에이백이 놓치지 않고, 모셔 온 것. 에이백 이 욕심쟁이야.
참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어떻게 1600년전에 아직도 녹슬지 않는 영원해 보이는 무쇠를 만들수 있었을까.
분명 그들의 염원을 꾹꾹 누르고 눌러 만들었음에 틀림없어. 그래서 이 기둥을 안고 깍지를 끼우면 소원이 성취된다 하나보다.
놀라울정도로 조각들이 무척 정교하다. 슬프지만, 아름답다.
모든것이 더 불명확한 시기, 그때는 알 수 없는 것이 많았기에 더 불안하고 그래서 자신의 신념은 더 확고했는지도 모르겠다. 오직 진리는 하나라고 생각했던 신념의 시기. 기독교가 숭상파괴룰 했듯 이 당시의 이슬람도 이교도 지역을 점령했을 땐 사원을 파괴한 후 그 잔해를 짓밟으며 행진하는 것이 관례였다 한다.
델리를 점령한 노예왕조의(Slave Dynasty, 이름도 웃기지) 꾸뜹 웃 딘 에이백(Qutab-ud-din Aibak) 은 당시 이슬람의 전설인 가즈니 마흐무드의 업적을 뛰어넘고 싶었으니, 이것이 엄청난 반달리즘을 불러오게 된다. 에이백은 반달리즘 예술가의 시초일지도.
이 곳에 쌓인 이야기가 애처롭고 애처로운데도,
이 어마어마한 반달에도 사진을 안 찍을 수 없는 아름다움.
그렇게 역사와 삶의 아이러니를 마주한다.
그의 반달 아트는 북인도의 주요 힌두, 자인교의 사원을 파괴한 후 나온 자재들을 이용해 모스크를 만드는 것. 포로인 힌두교들은 그들의 신상과 상징물들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하여 이교도의 사원의 기단과 바닥 아래에 깔아야했다. 이 치욕적인 배교의 순간은 후에 어떤 반작용으로 나타났을까.
이교도의 신상은 영원히 알라의 후예들이 짓밟고 다닐것이다.
라는 마음으로 만든 모스크. 그의 반달리즘은 신이 보시기에 흡족했을까?
이슬람의 신이, 힌두의 신들이, 기독교와 천주교의 신들이 열망하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들의 이름을 위해 인간은 괴물이 되어간다.
철저한 타자의 부정과 파괴.
모든 종교가 사라진다면, 세상은 좀더 평화로워질 수 있었을까?
그땐, 우리 서로의 다른 신념을 조금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걸 보면, 이게 모두 예수탓, 부처탓, 마호메드탓은 아닌가보다.
빨려들어갈듯 정교한 조각들, 그들에게도 이곳이 마법같은가 보다.
나와함께 고개를 떨구지 못했던 청년.
인간이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하늘을 염원하고 숭배하게 되는 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롯데도 신에게 닿고 싶었던걸까.)
바벨탑을 쌓은 바빌론의 사람들처럼 무슬림들도 절대자에게 닿고 싶었는지, 이렇게나 높고 높은 미나렛을 세웠다.
한 프레임에 담기 조차 쉽지 않다. 고개가 아파 누워서 보고싶을 지경.
하늘에 닿을 듯한, 이 높은 미나르에 그들의 염원을 담아, 주문을 둘렀다.
빙빙 감아 올린 이 주문들이 하늘에 닿길 바라면서.
비도 오는 지금, 몇 천년의 역사를 가진 이 곳은 비오는 날 더 운치 있다. 한참을 돌다 빗소리를 친구 삼아 잠시 앉아 비오는 꾸뜹이를 보려 알라이 다르와자(Alai Darwaza, 아래 지도 4번)에 들어갔다. 약간 어두운 다르와자에는 별모양으로 햇살이 부서진다. 그 햇살 아래서 건너편에 보이는 꾸뜹이를 보며 빗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세상이 잠시 멈춘 기분이다.
모스크 안, 빗방울은 토독토독 귓가를 간지르고 구름에 가린 희미한 햇살은 모스크 안 별들을 가득 채운다. 어떤이는 모스크 계단에 누워 낮잠을 청하고, 연인들은 창살의 햇살을 벗삼아 속삭인다...그런데.. 난 자리에 앉자 인도인들의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인도의 모든 일들은 상상이상이다. 아무래도 4800만의 조그만 영토에서 온 난 대륙의 스케일을 항상 간과하는 모양. “자존감을 키우는 여행엔 인도가 최고죠. 연예인 된 기분을 가늠할 수 있을거예요.” 라는 이야기를 분명 난 흘려들었던게야. 인도 관광지의 어딘가에서 엉덩이를 붙인다면, 그 곳이 개미지옥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인도에 동양인이(특히나 여성 동양인) 걸어간다면 어느정도 그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느낄수 있을테지만 더더욱 연예인 놀이를 해보고싶다면, 청하는 사진에 응해볼것.
나와 사진찍은 수많은 팬미팅속에 ㅋㅋㅋㅋㅋ
기억에 남는 팬분들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게 브이 따라하시는 사리입은 여인네들과 (저기 뒤에 찍힌 분들도 그러고보니 다 찍었;;)
나보고 놀란 귀요미 아가. 무서워하지므아ㅠㅠㅠ
나도 지금 이상황이 쪼끔 무서으어 ㅋㅋㅋ
찰나의 순간 거의 백장에 가까운 사진을 찍은 듯한 느낌이었다. 카메라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사진을 찍는 순간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느꼈던 선조들의 기분이 이런느낌이 아니었을까. 이 개미지옥에서 빠져나오려면 난 모스크를 벗어나야했다. 비를 잠시 피하려 모스크보다는 누추한 처마에 앉았지만, 여기도 좋다. 비가 조금 더 거세지자 '몬순섹시' 풍경이 벌어졌으니까. 우리나라는 비가 오는 순간 연인들이 셔츠 밑에서 비를 피하지만 발리우드 영화에서는 첫눈을 맞는듯한 느낌으로 함께 비를 맞이하곤 한다. 주륵주룩 비내리는 이곳에서 썬그리를 쓰고 흑비단 같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채 온 얼굴로, 온몸으로 내리는 비를 한아름 안는다.
이젠 슬슬 가야할 시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다가 일투트미슈의 묘(Illtutmish's tomb)에서 만난 핑크핑크 아저씨.
하염없이, 저 높은 어딘가를 바라보셨다. 그리운 무언가를 눈으로 훔치듯.
무얼 그리 바라보시나요.
자신의 신념과 타인의 파괴로 만들어진 이 웅장함과 장엄함 속에,
다른 삶과 다른 신념을 가지고 온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무얼 바라보다 갈까.
* Qutub Minar Complex
입장료 : 600 INR
가는법 : 메트로 꾸뜹 미나르역에서 릭샤 5-10분 거리
연중무휴
대개 3. 꾸뜹 미나르 - 1, 2 모스크 뜰 내 - 5. 알라이 미나르 순인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듯(사진상 번호)하지만,
반대로 돌아도 무관한듯 싶다.
* 사진 찍어준다고 하는 경비원들을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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